먼저 결론. 위탁과 사입의 차이는 마진율 몇 %가 아닙니다. 돈이 나가는 시점과, 원가에 들어가야 하는 줄의 개수가 다릅니다. 이 둘을 같은 표로 계산하면 사입 쪽 마진이 실제보다 좋게 보입니다 — 사입에만 있는 비용이 표에서 빠지기 때문입니다.
1무엇이 다른가 — 물건을 언제 사느냐
말은 여러 가지지만 갈리는 곳은 하나입니다. 내 돈으로 물건을 먼저 사 두느냐, 주문이 들어온 뒤에 움직이느냐.
- 위탁판매 — 주문이 들어오면 공급처가 발송합니다. 재고를 사 두지 않습니다. 물건이 안 팔려도 물건값을 물지 않습니다
- 사입 — 물건을 먼저 사서 갖고 있다가 팝니다. 원가를 먼저 치르고, 팔려야 회수됩니다
이 한 줄 차이에서 마진 구조, 현금 흐름, 리스크가 전부 따라 나옵니다.
2위탁의 마진표 — 줄이 적은 대신 통제할 것도 적다
위탁의 원가는 대체로 단순합니다. 공급가 + 채널 수수료 + (부담하기로 한) 배송비. 재고·보관·폐기 줄이 없습니다.
대신 표 밖에서 잃는 것이 있습니다. 내 손에 없는 것들입니다.
- 품절 — 공급처 재고가 떨어지면 내 주문도 같이 멈춥니다. 내 화면에서는 팔리는 중인데 물건이 없는 상태가 생깁니다
- 발송 속도 — 공급처가 언제 보내느냐가 내 배송 평가가 됩니다
- 같은 상품을 파는 다른 셀러 — 같은 공급처에서 여러 명이 받아 팔면, 결국 가격으로 비교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위탁의 마진이 얇아지는 건 원가 때문이라기보다 같은 물건 안에서 가격 말고 다른 무기가 없어서인 경우를 따져 봐야 합니다.
3사입의 마진표 — 매입가만 원가가 아니다
사입은 공급가가 위탁보다 낮은 대신, 원가에 넣어야 하는 줄이 늘어납니다. 이 줄들이 표에서 빠지면 사입 마진이 실제보다 좋게 보입니다.
- 배송·부대 비용 — 물건을 내 창고까지 가져오는 데 든 돈은 전부 원가입니다
- 보관비 — 창고를 빌렸다면 그 월세를 파는 상품들이 나눠 지게 됩니다
- 안 팔린 재고 — 전량이 다 팔린다는 전제로 개당 원가를 잡으면, 남은 재고의 원가는 팔린 것들이 대신 문 셈이 됩니다
세 번째 줄이 빠지면 표가 가장 크게 어긋납니다. 100개를 사서 70개가 팔렸다면, 팔린 70개의 계산 어딘가에 안 팔린 30개 값이 들어가 있어야 표가 실제와 맞습니다.
4현금 흐름 — 사입은 돈이 먼저 나간다
마진표가 같아도 돈이 움직이는 순서가 다릅니다.
- 위탁 — 판매 → 정산 → 공급처 결제. 순서가 이 방향이면 내 돈이 먼저 묶이는 구간이 짧습니다
- 사입 — 매입 결제 → 판매 → 정산. 원가가 먼저 나가고, 정산 주기만큼 늦게 돌아옵니다
그래서 사입은 재고와 정산 주기가 겹치면서 통장 잔고와 장부 이익이 벌어집니다. 장부로는 남는 장사인데 통장에 돈이 없는 상태가 사입 쪽에서 먼저 옵니다. 재고를 묶인 돈으로 읽는 방법은 재고 관리 글 §4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5같은 표로 비교하려면 — 줄을 맞춘다
위탁 상품과 사입 상품을 한 표에서 비교하려면 줄부터 맞춰야 합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 두 방식 모두 판매가에서 시작합니다
- 채널 수수료·배송비처럼 양쪽에 다 있는 줄을 뺍니다
- 위탁은 공급가를, 사입은 매입가 + 가져오는 비용 + 보관 + 안 팔릴 몫을 뺍니다
- 마지막에 건당이 아니라 월 단위로도 한 번 봅니다 — 사입의 고정비(보관 등)는 건당 표에서 잘 안 보입니다
이렇게 줄을 맞추고 나면, "사입이 마진이 좋다"는 말이 내 상품에서도 맞는지가 비로소 계산이 됩니다. 판매가·원가·수수료를 넣어 실수령과 건당 순이익을 바로 보려면 마진 계산기를 쓰셔도 됩니다.
6언제 사입을 따져 보나 — 신호로 판단한다
순서로 보면, 사입은 위탁으로 팔아 본 다음의 선택지입니다. 이런 신호가 나왔을 때 따져 볼 일입니다.
- 같은 상품이 반복해서 팔린다 — 얼마나 팔리는지를 내 주문 기록이 이미 말해 주고 있을 때. 수요를 모르는 상품을 사 두는 것과는 다른 결정입니다
- 품절·발송 지연이 반복해서 문제가 된다 — 공급처에 걸린 통제권을 돈 주고 사 오는 것이 사입입니다
- 가격 비교에서 계속 밀린다 — 같은 공급처 상품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일 때
반대로 이 신호가 없는데 "마진이 좋다길래" 사입부터 시작하는 것은, §3의 빠진 줄들을 전부 안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7오늘 할 일
하나면 됩니다. 지금 파는 상품 중 하나를 골라 §5의 순서로 줄을 맞춰 계산해 보는 것. 위탁이면 "사입으로 바꾸면 어떤 줄이 새로 생기는지"를, 사입이면 "안 팔린 몫이 지금 표에 들어가 있는지"를 봅니다. 표에 줄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 방식을 바꾸는 것보다 먼저입니다.